▲ 박종석 서울대 농색명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
식물공장이 또다시 농업 신기술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식물공장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추경예산을 통해 3년간 150만엔을 식물공장 개발에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지역활성화와 더불어 고부가가치를 위한 농업기술 개발이 그 명목이다. 일본정부는 현재 50개인 식물공장을 150개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함께 밝혔다. 이밖에도 컬럼비아대와 일리노이대 연구진은 고층의 식물공장 개발에 한창이다.

하지만 아직 식물공장에 대한 기술연구가 완성된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서울대 박종석 선임연구원의 의견이다. 풀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박 선임연구원은 “식물공장의 최대 장점은 식물에 필요한 환경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빛과 CO2 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 역시 식물공장이 가진 매력 중 하나”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식물공장에 대한 움직임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지만 실용화를 위해서는 광원 효율화, 단가 하락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식물공장이란 통제된 시설 내에서 빛, 공기, 온도, 양분 등 생물의 생육환경을 제어해 공산품처럼 계획 생산하는 시스템적인 농업형태를 말한다. 식물공장은 태양광과 인공광을 함께 이용하는 병행식물공장과 100% 인공광을 이용한 완전 인공광제어용 식물공장으로 크게 분류할 수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논의되는 대부분의 식물공장은 완전인공관제어용 식물공장이다.

일본 동경대 생물환경공학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현재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시설원예ㆍ환경조절공학 연구실 선임연구원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박종석 박사를 만나 식물공장과 LED 기술에 대해 들어봤다.




일본, 150개로 식물공장 확장 계획
1980년대 버블경제 시대에 ‘붐’을 일으킨 바 있는 일본의 식물공장은 버블경제의 종말과 함께 마진 문제로 급격한 침체기에 빠진 경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녹색성장, 안전한 식량 확보 등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에 대한 연구가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정부를 중심으로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박 선임연구원은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기술적인 한계로 침체기를 맞았던 일본의 식물공장 연구가 최근 지역경제 활성화와 신성장 동력원 명목으로 투자가 제기되기 시작했다”면서 “우리나라 역시 서울시 및 지자체에서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으며, 몇몇 대기업에서도 식물공장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많이 뒤진 상태다. 최근 다수의 기관 및 기업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요소기술에 대한 이론적 연구만이 진행된 초기 단계인 것이다.

특정 파장 LED, 개화시기 등 응용 가능
박 연구원은 “식물공장의 가장 큰 장점은 식물에게 필요한 환경들을 일정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일정한 빛과 열을 제공할 수 있고 또 외부 유해물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농약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대량생산과 더불어 친환경농업이 가능하다”고 식물공장의 장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또 “파장 즉 빛색을 조절해 꽃을 일찍 개화시키거나 항산화 물인 비타민B3, 카로틴을 높일 수 있는 식물 재배 등 응용 연구도 가능하다”고 덧붙여 말했다.

식물공장의 빛은 발광다이오드 반도체인 LED를 이용한다. 식물 광합성을 하기 위해 필요한 빛인 가시광선을 LED의 적색과 청색으로 대체한 것. 식물공장은 이를 통제된 시설 안에서 일정하게 제공하게 된다. 또한 LED의 색은 다양한 응용도 가능하게 한다. 청색이나 백색 등 특정색의 LED를 이용해 꽃을 일찍 개화시키거나 비타민B3, 카로틴 성분을 높이는 등의 응용연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외부 유해물질이 유입되지 않기 때문에 농약을 칠 필요도 없다. 따라서 씻지 않아도 먹을 수 있는 친환경 농작물 재배가 가능하다는 점도 매력 중 하나다.

LED, 광원 효율 향상 위한 연구 시급
앞서 말한 장점들이 실용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박 선임연구원은 주장했다. 저에너지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노하우 축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LED 광원의 수명은 학문적으로는 40,000시간이지만 아직 그만큼의 효율을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열에너지로 허비되는 양이 많다”면서 “광 모듈의 효율성을 높이고 발생되는 열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방사할 수 있는 시스템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 미쓰비시 화학에서 실패했던 원인도 바로 광원 효율 부분의 기술부족이었다. 오랜 시간 유지할 것이라고 기대했던 LED 모듈의 일부가 너무 빨리 약해졌고 또 당시에는 광원의 효율이 20% 밖에 안 됐다. 나머지 80%는 열에너지로 허비된 것이다. 물론 지금은 조금 더 발전했지만 기판의 열처리 문제 등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직류방식인 LED를 교류방식으로의 전환하기 위해 컨버터를 이용하는데 이때 10%의 효율손실이 일어난다. 이 또한 보완 작업이 필요한 부분이다.

기초연구, 정부가 나서서 지원해야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식물공장 부분의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 특히 LED 원천기술을 가진 일본에게 특허기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가장 큰 약점이라 할 수 있다. 또 식물공장은 거액의 초기 투자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섣불리 나서기 힘들 수도 있다.

따라서 박 선임연구원은 기초기술을 위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박 연구원은 “식물공장 연구는 발전 가능성도 높고 또 활용분야도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지금은 기술적인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간이 이 연구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기초를 다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초 연구가 진행되고 또 모듈단가가 낮아진다면 그 이후에는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또 “지금까지 식물농장은 상추, 쑥갓, 청경채 등 엽채류가 대부분이지만 향후 기술이 발전한다면 쌀 등의 곡물재배도 가능하다. 묘 생산 시스템의 효율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LED 기술은 농업 뿐 아니라 조경, 실내원예 등 다양한 분야로의 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그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면서 식물공장과 LED 기술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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