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용 정원사가 늦겨울 정원을 살피고 있다
김재용 정원사가 늦겨울 정원을 살피고 있다

 

“올해는 봄이 빨리 왔네요” 세븐시즌스에 도착하니 김재용 정원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정원사와 함께 정원을 걷는데 밟는 곳마다 푹푹 들어간다. 땅만 녹은 것이 아니다. 하늘도 녹았는지 따스한 햇살이 정원 가득 쏟아진다. 2월의 정원은 봄과 닿아 있어 늦겨울 정원이라 부르기가 어색하다. 어쩐 일인지 정원에 벌이 한 마리 윙윙 날아다닌다. 늦겨울 정원은 한겨울 정원 풍경과 다를 바 없지만,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땅을 들여다보면 여기저기 봄이 오는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봄의 흔적 찾기

곳곳에 동글동글 귀여운 잔디 인형이 보인다. 알고 보니 감동사초를 둥글게 잘라낸 모습이다. 겨울이 오면 잎은 지고 수직으로 뻗어 있는 그라스들로 가득 찬 정원에 덩어리감이 어우러지니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그라스의 잘린 밑동에서 새로 올라오는 줄기들에 초록빛이 가득하다.

김재용 정원사는 겨우내 쌓인 낙엽을 들추고 뭔가를 찾아냈다. 새싹이 움트고 있다. 멈춘 것만 같았던 겨울 정원은 이렇게 봄을 만들어 냈다. 2월 정원에서 봄의 흔적을 찾아보자. 멀칭을 걷어내면 새로 돋은 싹이 보인다. 흙을 파내고 뿌리를 관찰하면 더 좋다. 겨울의 강추위를 견디지 못하고 월동하지 못한 식물들은 아쉽지만 뽑아준다. 벌써 정원사는 그 자리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둥글게 잘린 그라스가 귀여운 정원 풍경을 연출한다
둥글게 잘린 그라스가 귀여운 정원 풍경을 연출한다
낙엽아래 새로운 싹이 돋고 있다
낙엽아래 새로운 싹이 돋고 있다
김재용 정원사가 종자 채집을 하고 있다.
김재용 정원사가 종자 채집을 하고 있다.

 

종자채집과 봄맞이

“3년 전 아래쪽 정원에 씨를 뿌렸는데, 얼마 전에 가보니 수가 많이 늘었어요. 100평 숙근초 정원은 3년 안에 1,000평을 조성한 씨앗을 만들어요” 정원사는 이렇게 말하고는 씨 송이들을 꺾어 볕이 좋은 곳에서 씨앗을 채집하기 시작했다.

겨울 정원의 풍경을 위해 그대로 두었던 씨 송이들을 하나, 둘 꺾어내고 종자를 채집해 보자. 눈과 비에 젖으면 씨앗이 잘 떨어지지 않으니 송이를 따내 말린 다음 소쿠리에 넣고 비비면 씨앗이 잘 떨어진다.

씨앗을 모판에 발아시키는 것도 좋다. 씨뿌리기를 하는 것보다 훨씬 발아율이 높고, 원하는 디자인에 맞게 심을 수 있다.

정원 도구 정비하기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정원용품과 도구들을 살펴보자. 자주 사용했던 전지가위나 삽 등이 녹슬었거나 작동이 잘 되는지 확인하고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부터 정원사는 쉴 틈 없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새로 나온 정원용품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좋다. 한 해 동안 땀과 흙으로 범벅된 앞치마와 모자도 봄을 맞아 산뜻한 색상으로 구입하는 건 어떨까? 정원용품 쇼핑은 정원에 새롭게 심을 식물들을 고민하는 것만큼이나 즐거운 일이다.

세븐시즌스 정원용품 코너가 봄처럼 싱그럽다
세븐시즌스 정원용품 코너가 봄처럼 싱그럽다

 

끝없는 정원 공부

“작년부터 올해까지 정말 이렇게 정원 공부를 많이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책도 많이 읽었고요, 이번에 유럽 정원 여행을 다녀오면서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정원 공부는 끝이 없어요. 유럽에 다녀오니 여기를 또 뜯어고치고 싶어요” 김재용 정원사가 늦겨울 정원을 둘러보면 말했다.

그는 이미 지난여름 폭우와 폭염으로 인해 식물이 녹고 상하는 이유로 한차례 배수를 좋게하고 식재 배식을 새롭게 하는 등 정원을 뒤엎은 적이 있다.

“이곳은 실험실이에요. 계속 관찰하고 경험하고 싶어요” 정원의 배움에는 끝이 없다.

세븐시즌스는 오는 7월 정원사와 함께 북해도 정원가도를 따라 떠나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5월이나 돼야 땅이 녹는 북해도는 봄이 늦게 온다. 그러한 기후 덕에  7월 북해도 정원에는 봄, 여름, 가을꽃이 모두 함께 피어있는 독특한 풍경을 관람할 수 있다. 정원사와 함께 북해도의 정원을 거닐며 정원 공부를 함께해 보는 건 어떨까.

[한국조경신문]

정원사가 그린 그림' 2월'

 

김재용 정원사의 가든 팁 <씨앗 채집과 파종>

1. 루드베키아처럼 우세한 종은 겨울에 씨앗이 떨어지지 않는 걸 관찰했어요. 아마도 가을에 싹이 나면 겨울에 동해를 입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식물의 지혜죠. 그래서 루드베키아 씨앗을 채집하려면 가을이 지나고 겨울에 채집해야 합니다. 송이를 따서 바짝 말린 후 씨앗을 채집해 보세요.

2. 씨앗을 바로 뿌리면 발아율이 낮아요. 정원에 파종 한다면 피트모스나 모래 등에 섞어서 뿌려주세요.

3. 바람에 잘 날리는 가벼운 씨앗은 흙과 물을 반죽해 공의 형태로 만드는 씨앗공을 만들어 던져주면 좋습니다. 사람의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파종할 수 있고, 날아가거나 새가 먹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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