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수골에 매화가 활짝 폈다.
봉수골에 매화가 활짝 폈다.

봄 하면 통영이 생각난다. 도다리쑥국의 맑은 국물을 한입 뜨면 입안 가득 퍼지는 쑥 향과 온몸에 맴도는 온기, 시장 곳곳에서 진동하는 통영식 진달래전 참꽃지짐의 달큰함,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봉수골의 낭만. 아직은 이른 봄, 몇 해 전 통영을 여행하며 느꼈던 그 봄기운을 잊지 못해 다시 통영을 찾았다.

박경리 기념관·추모공원

1926년 10월 28일 통영에서 태어난 그녀의 본명은 박금이. 25년간 대하소설 토지를 집필한 고인 박경리 선생의 기념관이 지난 2010년 5월 5일 통영시 산양읍에 문을 열었다. 입구에는 그녀의 사진과 동상이 묵직한 울림을 안겨준다. 이 기념관은 적갈색 벽돌에 커다란 통유리로 통영의 바다를 바라볼 수 있게 만들어졌다.

기념관에는 쪽 찐 머리에 수수한 한복차림이 젊은 시절 그녀의 모습부터 고인의 대표작인 ‘토지’ 친필원고와 여권, 편지 등의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작가의 집필실을 재현해 놓은 곳을 보면 실지로 작가를 만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이곳은 평소 박경리 작가의 작품을 전부 섭렵할 정도로 작가를 존경한 고 정창훈 변호사가 아끼던 800평의 땅을 조건 없이 통영시에 기부하며 조성됐다. 기념관을 빠져나와 뒤편 추모공원을 오르는 길에는 통영시민이 뜻을 모아 세운 돌비석에 그 일화가 적혀있다. 그렇게 조성된 추모공원에 박경리 선생이 영원히 안식할 땅이 됐다.

팔손이가 반기는 계단을 오르고, 유채밭을 지나 공원 꼭대기에 오르면 박경리 선생의 묘가 있다. 그곳에서 선생이 존경하던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초기에 싸워 한산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그토록 사랑했던 풍경을 영원히 볼 수 있도록 헌신한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려가 담겨있는 공원이다.

박경리 추모공원에서 바라본 통영의 바다
박경리 추모공원에서 바라본 통영의 바다
박경리 기념관 입구
박경리 기념관 입구
박경리 추모공원에 동백꽃
박경리 추모공원에 동백꽃

 

해안 지전거길, 삼칭이 길

삼칭이길은 금호통영마리리조트부터 이운마을까지 약 4.3km에 달하는 해안 길이다. 도보로 1시간 20분, 자전거로 30분 정도 소요돼 가벼운 마음으로 통영 바다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삼칭이라는 이름은 통영시 산양면 영운리에 있었던 고려시대 삼진포의 옛말로, 삼진포는 고려시대 왜구들의 침략을 막기 위한 진으로 화약고, 마방터, 활터 등이 설치됐다고 한다.

요새였던 이곳은 오른쪽에는 산이 병풍처럼 두르고 오른쪽으로는 통영의 깨끗하고 푸른 바다가 청량하게 펼쳐진다. 등대 낚시공원, 해바라기 전망대 입구, 삼칭이 복바위, 통영한산마리나리조트로 이어지는 길이라 볼거리도 가득하다.

작은 섬들과 가끔 지나가는 요트와 배, 앞서가는 자전거 탄 사람들의 행복한 뒷모습을 보며 다음번에 통영에 와도 이곳을 빼놓지 않겠다고 다짐하게 한다. 금호마리나리조트 뒤쪽에서 자전거를 빌려주는 곳이 있으니 삼칭이 해안길을 달리며 통영의 매력에 빠져보자.

자전거길에서 바라본 통영의 투명한 바다
자전거길에서 바라본 통영의 투명한 바다

 

봉수골

봉수골은 용평 사거리에서 용화사 광장에 이르는 920m 정도의 벚꽃길이 양쪽으로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마을로 통영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다. 옛날 외적의 침입이 있을 때 불이나 연기를 올려 위급함을 알린 봉수대가 있던 마을이라 봉수골이 됐다.

벚꽃만 유명한 것이 아니다. 봉수골에는 아기자기한 카페, 식당, 사진관, 공방 등 낭만이 가득한 공간들 덕분에 평소에도 젊은 여행객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김춘수 유품전시관, 통영도서관, 전혁림미술관, 봄날의 책방, 한빛문학관으로 이어지는 봉숫골 문화가 탐방을 하다 보면 통영만의 예술과 문학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매년 벚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벚꽃축제가 개최되는데, 도로가 넓고 통행량이 많지 않아 풍성하게 핀 벚꽃 사이로 산책을 즐기기에 좋고, 봉수골 위쪽으로 용화사가 있어 조용하게 산행을 즐길 수도 있다. 또한 해물찜 맛집이 즐비한 거리로도 유명하니 봉수골에 간다면 꼭 해물찜을 먹기를 권한다.

이번 제19회 봉숫골벚꽃축제는 지난해 보다 일주일 빠른 23일(토)부터 이틀간 진행된다. 제2회미스&미스터트롯, 청소년댄스배틀, 작은 음악회 등 볼거리가 준비돼 있다. 특히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김민재 축구 선수의 사인볼과 친필 사인 유니폼 증정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니 놓치지 말자.

[한국조경신문]

봉수골에 핀 동백꽃
봉수골에 핀 동백꽃
전혁림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카페 안으로 봄 햇살이 쏟아진다.
전혁림미술관에서 운영하는 카페 안으로 봄 햇살이 쏟아진다.
봄날의 책방
봄날의 책방
헬레보루스가 활짝 폈다.
헬레보루스가 활짝 폈다.
동피랑에서 바라본 강구항
동피랑에서 바라본 강구항
동피랑의 갈매기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동피랑의 갈매기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김기자 추천 통영 맛집

동피랑101 (굴 코스 요리) 경남 통영시 동피랑길 101 3층
산지직송 제철 통영굴을 코스요리로 한 상 가득 만날 수 있다. 굴구이, 굴무침, 굴전! 그중 굴솥밥이 일품이다. 새콤달콤한 굴무침은 별미 중의 별미. 동피랑 언덕 아래 중앙시장에 위치해 주변 관광 후 들리면 된다.

독도다찌 (통영식 다찌) 경남 통영시 도남로 137-1
1인 2만 원에 다양한 해산물과 회, 생선구이, 석화찜을 맛볼 수 있다. 젊은 사장님이 끊이지 않고 가져다주는 안주가 즐거운 술자리를 만들어준다. 통영 다찌 식당 중 가장 가성비가 좋은 곳. 루지와 케이블카 탑승장에서 차량으로 5분 거리에 있다.

팔도식당 (도다리쑥국) 경남 통영시 안개2길 25-6
백반기행 허영만 선생이 다녀가 더 유명해진 도다리쑥국 집이다. 도다리쑥국은 시가로 판매하고 백반정식은 1인 8,000원이다. 시골 할머니 밥상처럼 푸근하고 정갈하다. 새벽 6시에 문을 열고, 넓은 주차공간이 있어 편리하다.

클라우드힐 (카페) 경남 통영시 산양읍 산양일주로 71
현지인이 추천한 통영에서 가장 바다뷰가 아름다운 카페다. 이름처럼 언덕 위에 있는데, 도로에서는 카페가 보이지 않고 주차장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한려해상공원을 바라보며 물멍하기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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