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일리 카페에서 바라본 일출
해일리 카페에서 바라본 일출

제주가 인심을 잃었다는 말을 들었다. 제주도를 가는니 일본이 낫다며 발걸음을 돌린 관광객에 일본은 관광 호황을 맞고 있다. 그래도 제주는 여전히 제주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현무암의 섬, 바람에 감귤향이 느껴지는 곳. 새해 여전히 좋은 제주 동쪽에 다녀왔다.

성산에서 일출이 가장 아름다운 카페, 카페 해일리

며칠 제주도에 가려고 하는데 어디에 가면 좋을지 독서모임을 함께하는 지인에게 물었다. 그는 가족과 함께 제주 한달살이를 했기에 맛집과 관광지에 빠삭했다. “새해잖아요. 성산일출봉은 꼭 가셔야 해요. 저희 부부는 아이가 어릴 때 업고도 올라갔어요”

1월 성산일출봉에 해 뜨는 시간은 7시 30분. 전날 저녁 늦은 비행기로 출발해 성산에 도착하니 자정이 다 됐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일출봉에 오를 자신이 없었다. 성산일출봉 대신 성산에서 일출을 보기 가장 좋은 카페를 찾았다. 그렇게 도착한 해일리 카페.

해일리는 제주의 동쪽 끝 절벽에 위치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조망할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우측에 커다란 팽나무 한 그루가 있고, 절벽 끝까지 넓게 잔디밭이 이어져 있다. 바다와 닿아 있는 넓은 잔디정원에 가슴이 뻥 뚫린다. 왼쪽으로 조금 고개를 돌리면 성산일출봉과 바다, 유채밭이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이른 아침 벌써 몇몇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해가 바다와 하늘 사이에 걸리고, 금세 솟아오른다. 해가 일렁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저마다 가슴속에 품은 소망들을 하나씩 떠올릴 것이다. 내년에도 새해를 맞으러 다시 제주로 오겠다고 다짐하며... 이래서 새해에는 성산에 가야 하는구나!

이곳이 일출 명소여서인지 카페는 8시, 이른 아침 문을 연다. 커피 메뉴는 물론이고 아침을 대신한 갓구운 빵들도 준비돼 있다. 커피도 좋지만, 제주도에 왔으니 특별한 음료를 주문해 보자. 오로라레몬스파클링과 핑크리치스파클링은 상큼한 맛과 아름다운 색감으로 일출의 관경을 음료에 담아냈다.

이 카페는 해일리 풀앤스파 호텔에서 운영하는데, 호텔은 전 객실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스파를 즐길 수 있고 성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출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올레길 1코스 내에 있어 올레길을 산책하며 제주의 자연을 즐기기에도 그만이다. 스누피가든, 빛의벙커, 아쿠아플라넷 등 주요 관광지가 30분 이내 거리에서 있어 제주 동쪽에 간다면 단연 추천할 만한 곳이다.

해일리 카페 잔디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해일리 카페 잔디정원에 사람들이 모여 일출을 기다리고 있다.
해일리 카페는 1, 2층 전부 통 창으로 멋진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장소다.
해일리 카페는 1, 2층 전부 통 창으로 멋진 풍경을 바라보기 좋은 장소다.
커피도 좋지만 해일리만의 스파클링 음료를 주문해보자. 제주의 상큼함과 성산의 일출이 음료에 담겨있다.
커피도 좋지만 해일리만의 스파클링 음료를 주문해보자. 제주의 상큼함과 성산의 일출이 음료에 담겨있다.
주문해서 맛본 레몬 꿀 케이크와 제주감귤 착즙 음료
주문해서 맛본 레몬 꿀 케이크와 제주감귤 착즙 음료

 

저어새가 머무는 생물다양성의 보고, 오조리 갯벌

성산에서 일출을 봤다면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을 따라 걸어보자. 성산일출봉과 오조리 마을, 터진목, 성산항을 연결하는 8.3km의 도보길은 화산섬이라는 제주의 독특한 지질을 관찰하며 인근 마을의 역사와 주민의 문화, 생활상을 접할 수 있다.

오조리 갯벌에는 멸종위기종인 물수리, 노랑부리저어새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작년 12월 새롭게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오조리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갯벌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보전하기 위해 습지보호지정을 요청했다고 한다. 오조리 입구부터 포구로 빠져나가는 길목에는 주민들이 철새를 조류독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관광객에게 소독을 실시하고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마을인 오조리는 멀리 성산일출봉이 보이는 풍경이 아름다운 곳이다. 오조리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 이곳은 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월컴 투 삼달리’의 촬영지로 유명해져 많은 사람이 찾고있다. 올레길 2코스인 한적한 오조리를 걸어보자. 길을 잃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붉은색과 푸른색의 올레길 깃발을 따라가다 보면 제주만의 정겨운 풍경을 만나게 된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안내도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안내도
오조리 갯벌은 다양한 생태의 보고다.
오조리 갯벌은 다양한 생태의 보고다.
오조 포구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있다.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의 럭키편의점 
오조 포구에서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있다. 드라마 '웰컴 투 삼달리'의 럭키편의점 
올레길 깃발을 만나면  반갑고 안심이 된다. 
올레길 깃발을 만나면  반갑고 안심이 된다. 

 

제주의 자연과 스누피의 환상의 조합, 스누피가든

성산에서 차로 약 30분 스누피가든에 도착했다. 스누피와 가든, 그것도 제주도에? 처음 들었을 때는 약간 의아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제주의 자연을 생각하면 원시림과 현무암이 뒤섞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이국적인 풍경이 떠오른다. 그에 비해 스누피는 심플하고 단정한 느낌의 캐릭터인데 이 둘이 과연 잘 섞일 수 있을까?

스누피가든은 50년간 전 세계 신문, 방송을 통해 연재된 만화 ‘피너츠’를 테마로, 실내 테마홀과 2만5,000평의 야외 테마가든으로 구성됐다.  마침 비가내리고 날씨가 흐려 걱정이 앞섰는데 '인생은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해가 있는 날도 있지’라는 피너츠 친구들의 메시지에 위안을 얻었다. 잘 가꿔진 정원에서 산책과 휴식을 즐기다 보니 어느새 인생을 가꾸는 철학적 메시지를 얻어갈 수 있었다.

스누피 가든 하우스는 피너츠 친구들의 인생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실내 테마홀, 미니가든, 루프탑, 피너츠 스토어, 카페 스누피로 구성돼 있다. 테마홀에는 피너츠 에피소드 속 인생이야기가 자연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캐릭터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인생과 닮았기에 스누피가든은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을 아우르는 위로를 전한다.

피너츠 야외 가든은 11개의 테마정원이 있다. 피너츠의 자연 속 인생 이야기와 함께 제주 자연이 주는 가치를 배울 수 있다. 피너츠 에피소드를 모티브로한 체험 시설물이 곳곳에 배치돼 있어, 다양한 야외 활동 및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수목 테마 어트랙션으로 ▲비자나무 숲 ▲삼나무 숲 ▲도토리 숲 ▲굴거리 숲 ▲녹나무 숲 ▲감귤밭 ▲동백원이 마련돼, 스누피가든 안에만 있어도 제주의 자연을 감상하기에 충분하다.

새해가 됐지만 분주함으로 해맞이나 새해 다짐을 할 겨를도 없이 1월이 지나갔다고 좌절하긴 이르다. 진짜 새해는 입춘부터니 아직 기회가 있다. 새로운 해를 맞으러 제주 동쪽으로 가자. 그리고 해맞이를 못 해도 상관 없다. 제주의 해는 매일이새롭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기 마련이니까.

[한국조경신문]

스누피가든

조경 설계: 조경설계 서안
조경 시공: 안산조경
조경 시설물: 스페이스톡

스누피 페르소나 암석원. 비행기 조종사 스누피는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페르소나다.
스누피 페르소나 암석원. 비행기 조종사 스누피는 기자가 가장 좋아하는 페르소나다.
비자나무 숲 앞에 스누피가 하늘을 보고 누워있다.
비자나무 숲 앞에 스누피가 하늘을 보고 누워있다.
동백나무 아래 행복하게 웃고있는 스누피.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동백나무 아래 행복하게 웃고있는 스누피.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인생은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해가 있는 날도 있지’라고 말하는 라이너스와 
'인생은 비가 오는 날도 있고 해가 있는 날도 있지’라고 말하는 페퍼민트패티와 마시에게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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