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흰 눈꽃 속에 새해가 밝았다. 맹렬하고 혹독한 추위 속에서 식물들도 한 해를 시작한다. 겨울을 나는 식물들의 지혜를 통해 우리도 겨울 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1월에 읽으면 좋은 책 3권을 소개한다.

정원사가 안내하는 겨울정원의 아름다움, '겨울정원'

김장훈 지음 . 도서출판 가지 펴냄

ⓒ도서출판 가지
ⓒ도서출판 가지

겨울은 식물에게도 혹독한 계절이다. 잎은 말라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히 남은 나무가 참 볼품없어 보인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하지만 그 모습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이 책은 오랫동안 식물을 공부하고 정원을 가꿔온 김장훈 정원사는 사람들과 함께 정원을 가꾸고 감상하는 즐거움을 나눌 때가 가장 행복하다. 이 책 역시 독자와 대화하듯 행복하게 써 내려갔다.

아름다운 겨울정원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갔던 세계 유수의 정원들, 특징이 저마다 다른 다양한 종류와 품종의 식물들, 그리고 맨 뒤에 줄기, 열매, 꽃, 마른 모습 등 감상요소별로 추천한 식물 목록에 이르기까지 전문 정원사로서 수년간 쌓아온 가드닝 지식과 노하우, 식물 이야기가 잘 담겨 있다.

 저자는 영국 등 정원 문화가 발달한 외국에서 ‘윈터가든’이라는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는 겨울정원의 개념을 정리하고 겨울정원을 디자인할 때 유의할 점을 알려준다.

또한 겨울날 정원에서 감상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겨울나무의 속살, 그래스와 마른 식물들, 상록성 나무와 풀, 겨울에도 볼 수 있는 꽃과 열매 등의 주제별로 나눠 다룬다. 누구라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도록 식물과 가드닝에 관한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썼고 마지막에는 겨울정원에 심으면 좋을 식물 목록도 알차게 소개했다.

진정한 가드닝이란 식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과 고유의 성질을 이해하고 정원에 잘 살려 담아내는 것이다. 이제껏 ‘말라 죽었다’ 생각했던 마른 풀과 마른 잎을 겨울의 자연스러운 경관으로 인정하고 미적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삭막한 줄 알았던 겨울정원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비법이 아닐까. 아름다움은 멀리 있지 않다. 다만 조금 더 내밀히 들여다보아야 할 뿐이다.

 

78종의 나무로 본 생명의 경이로움, ‘겨울나무의 시간’

손종례 지음 . 목수책방 펴냄

ⓒ목수책방
ⓒ목수책방

이 책은 저자가 겨울 숲에 들어 생명의 힘을 안에 모으고 있는 겨울나무를 오랜 시간 관찰한 기록이자, 겨울나무와 겨울 숲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 친절한 안내서다. 나무의 생태적 특징에 관한 설명도 있지만,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겨울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 ‘겨울’이라는 계절의 의미, 숲 생명들이 겨울 숲에 남긴 흔적의 의미도 찬찬히 되짚는다.

숨죽이고 죽은 듯 서 있는 이때의 겨울나무는 자신이 누구인지 쉽게 말해 주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작디작은 겨울눈과 나무가 남긴 흔적이 나무 구별을 위한 더 확실한 단서가 된다. 겨울눈에서 싹이 트는 과정을 잘 지켜보면 나무를 바라보는 관점과 시야가 바뀌고, 나무의 삶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은 총 7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겨울 숲의 아름다움과 숨은 의미에 관한 이야기를 ‘산결, 잉태, 점, 선, 비움, 틈, 온기, 플랜B, 동그라미, 동행’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낸다. 2장은 추위에 대비하기 위한 나무의 여러 전략과 겨울눈과 겨울나무에서 찾을 수 있는 여러 흔적 등 겨울나무를 관찰하기 위해 알아 두어야 할 기본적인 내용을 자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다음으로 숲에서 만나는 나무들을 다룬다. 중부지방의 동네 뒷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2종의 나무, 수리산에서 볼 수 있는 19종의 나무, 북한산 영봉에 오르며 만날 수 있는 18종의 나무, 북한산 대성문에서 위문까지 주 능선을 걸으며 관찰할 수 있는 19종의 나무 이야기를 풀어낸다. 저자가 자주 오가는 등산 코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나무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저자와 함께 산행하는 듯한 기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는 겨울나무가 무사히 쉬는 시간을 마치고 봄을 맞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는 과정을 짧은 글과 사진으로 보여 주며 저자가 느꼈던 그 경이로움을 마주할 수 있다.

겨울 숲이 시련과 고난의 장소가 아니라, 새봄의 희망으로 가득한, 생명의 힘이 응축되고 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배우게 한다. 나무와 숲을 사랑하고 겨울 산을 찾는 즐겨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나무들을 알아보고 눈을 맞추고 인사할 수 있는 겨울과 겨울 산의 매력에 더욱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얼어붙은 시간에 만난 치유와 회복의 힘,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캐서린 메이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웅진지식하우스
ⓒ웅진지식하우스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이다. 남편의 갑작스런 수술 후 저자는 원인불명의 건강문제로 인한 실직, 아이의 등교 거부 등 평온했던 일상이 순식간에 곤두박질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는다. 대신 한걸음 물러나 자신이 ‘인생의 겨울’로 들어섰음을 직시하며 그 시기를 온전히 삶 속으로 받아들이는 일을 ‘윈터링(wintering)’, 즉 ‘겨울나기’라고 명명하고 겨울의 의미를 탐구한다.

저자는 핀란드인 친구를 만나 겨울을 나는 북유럽인들의 지혜를 듣고 직접 핀란드에 방문해본다. 동화책과 소설에 파묻혀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겨울의 의미를 자문하는가 하면, 찬물 수영으로 조울증을 극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직접 겨울 바다에서 수영을 하며 냉기에도 회복과 치유의 힘이 있다는 사실을 체험한다.

동면하는 겨울잠쥐(dormouse)를 관찰하며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자신에게 잠의 의미란 무엇인가를 묻고, 겨울에는 잎을 떨구고 완전히 생명력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나무가 실은 내년 봄을 위한 잎눈을 품고 있음을 깨닫는다. 이렇듯 이 책은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 한가운데에서 사람·동화·자연·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나서는 아름답고도 시적인 순간들을 보여준다.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출간되어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았다. 코로나가 아니라도 인생의 겨울은 우리에게 닥쳐오고, 우리는 그 날들을 충실히 살아낼 지혜가 필요하다.

때로는 후퇴가 필요하다. 빛이 있는 만큼 그림자가 있고, 따뜻한 여름이 가치 있는 만큼 추운 겨울도 그 쓸모가 있는 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런 감정이 지극히 정상적인 것인데도 그것을 부인함으로써 우리가 괴물처럼 변하는 것이 아닌가 의아하다고. 그러면서 우리 앞에 놓인 겨울을 회피하지 말고 그것을 통과할 것을, 그리하여 더 성숙한 모습으로 변모해 새로운 봄을 맞이할 것을 말하고 있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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