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초록을 보지 못했지만 2월이 되니 조금씩 봄이 오는 냄새가 난다. 풋풋한 풀과 흙냄새 가득한 봄의 이야기를 책으로 먼저 만나보자. 겨울의 끝자락에 봄을 기대하며 2월에 읽으면 좋은 책 3권을 소개한다.

정원의 말들

정원 지음, 유유출판사 펴냄

정원 가꾸기는 특별한 몇 사람의 고상한 취미가 아니다. 베란다나 책상 한편에 조그만 화분 하나를 들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원을 만들 수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일상 속 모든 공간이 정원이다. ‘정원의 말들’은 저자가 식물에게서 배운 삶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담았다. 식물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와 직접 식물을 기르며 터득한 경험을 모은 이 책은 식물과 더불어 사는 삶을 힘껏 권한다.

저자는 자타공인 ‘식집사’다. 도시농부 생활을 오래 이어 왔고, 지금은 ‘목요일의 식물’이라는 식물 가게를 운영하고 있다. 식물 판매는 물론 식물 관련 물품이나 테라리엄 만들기 워크숍 등을 진행하며 식물과 함께 먹고 자고 노동하기를 자처한다. 전작 ‘작고 소중한 나의 텃밭’으로 그간 터득한 텃밭 가꾸기와 자연 친화적 삶의 아름다움을 알린 바 있다.

이번 책 ‘정원의 말들’에서는 식물에 얽힌 다양한 사연과 문학 속 식물의 모습을 담았다. 식물이 가진 아름다움을 기민하게 알아채며 식물에게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을 배워보자. 저자가 식물에게 터득한 삶의 지혜는 식물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향한 문을 열어 보인다. 이 책을 따라 이 문에 들어서서 식물과 교감하는 일상, 더불어 살아가는 삶을 상상해 보고 나만의 정원을 가꿔보자.

사이사이 풀풀

안난초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식물과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는 안난초 작가가 선보이는 5년 만의 신작 식물 만화. 식물을 왜 그렇게 좋아하는지 의문이었던, 혹은 그저 지나쳤던 인물들의 삶에 식물이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싱그럽게 펼쳐진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 온우, 카페를 운영하는 하주, 출판 편집자 서빈…. 30대 여성인 세 주인공의 공통점은 모두 ‘식물’이 딱히 싫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왜 이렇게 식물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식물과는 거리가 있던 인물이라는 것.

하지만 어느 날, 식물원처럼 생기 가득한 미용실을 마주한 뒤로 이들의 생활에 초록이 물들기 시작한다. 아픈 식물을 데려가면 살려내는 미용실 할머니 현덕, 강릉에서 향기로운 정원을 가꾸는 가드너 복춘, 주인공들과 친구처럼 지내는 하주의 어머니 정희 등 하나 같이 식물을 사랑하고 잘 가꾸는 이웃들이 등장한다.

창작자인 온우는 좀처럼 나아가지 않는 것 같은 일상에 작은 변화를, 직장인인 서빈은 사무실의 건조한 공기와 작은 책상에 향기를 가져온다. 하주는 엄마의 빈자리를 대신해서 식물을 돌보는 마음을 배워간다.

세 주인공은 이들에게서 식물의 힘은 물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만들어내는 선의와 믿음, 다정함을 배운다. 쉽게 고립되고 서로에게 무관심해지기 쉬운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우리에게 어떤 힘과 위안을 주는지 돌아보게 한다.

식물과 가까워지며 점차 초록색으로 물드는 세 친구의 소박하지만 단단한 일상의 모습을 통해 회복과 치유의 감각을 느껴보자.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며

유현미 지음, 오후의소묘 펴냄

생태적 감수성이 깊이 묻어나는 그림책들을 지어온 유현미 작가가 텃밭에 세 들어 살아가는 나날을 온몸으로 쓰고 그렸다.

이책은 바질, 쑥갓,씨감자와 고추 등이 심겨진 텃밭의 3월부터 12월까지 한 해 농사를 기록한 일지다.  마치 텃밭을 거니느것 처럼 뿌리고, 심고 기다리고, 또 아침저녁으로 성실히 따고 캐고 나눈 텃밭의  모든 계절을 생생히 담아냈다.

땅에 딱 붙은 단어들과 개운하고 시원한 문장, 꾸밈없이 진솔하면서도 어쩐지 찬란한 그림들에서는 마치 우리 또한 그곳 텃밭 가운데 발 딛고 있는 양, 페이지마다 흙냄새가 난다.

이 작다란 땅에 세 들어 살아가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텃밭은 인간이 힘을 들여 작물을 키워내는 인위적인 공간이지만, “놀랍게도 자연과 야생이 슬그머니 합방”하는 곳이기도 하다. 

"동물들 소리는 다 좋다. 동물들의 소리를 더 많이 들으며 살고 싶다. 인간의 소리는? 새들에게 인간의 소리는 어떻게 들릴까?" 저자는 매미, 사마귀, 거미, 배추벌레, 기러기 등 텃밭을 공유하는 작은 곤충과 새들에게도 마음을 내어준다.

도시에 얼마 남지 않은 ‘흙이 숨 쉬는 땅’인 텃밭이 우리에게도 숨통을 틔워주는 놀라운 해방구임을, ‘언제든 다시 털고 일어날’ 보금자리의 공간이 되어줌을 저자는 삶으로써 전한다.

두 발로 단단히 땅을 디디고 두 손으로 보드라운 흙을 어루만지는 그 지극한 기쁨을 함께 맛보자고 다정히 손 내미는 책. 책을 읽으면  함께 발은 땅을 디디고, 손은 흙을 어루만지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해질 것이다.

[한국조경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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